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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 시티에 어서 오세요! - 2화

“정말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스노우의 말에 신디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스노우는 들고 있던 반지를 신디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확실해. 사정이 좀 있어서 금속이나 보석에는 조예가 있거든.”
“스노우 너… 평소에 무슨 일을 하는 거야?”
“그보다 이 물건들, 조금 이상해. 이걸 봐봐.”
놀라서 더듬거리며 묻는 신디의 말을 끊으며 스노우는 잘 보라는 듯 반지를 든 손을 한 번 흔들었다. 신디는 눈을 가늘게 뜨며 반지를 살폈다. 처음에는 스노우가 뭘 보여주려는지 이해하지 못하던 신디도, 이윽고 반지에 새겨진 작은 흔적을 발견했다.
“이건 오리… 모양인가?”
반지에 작게 새겨져있는 오리와 비슷한 새와,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작은 글자. 스노우는 다른 장신구를 꺼내며 말했다.
“거위야. 보석상 ‘황금알 거위’의 로고지. 신디 너도 들어본 적 있지?”
스노우의 질문에 신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디의 택배사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 중 한 곳이기도 했으니까. 귀금속을 다루는 만큼 취급주의 택배가 많아, 신디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황금알 거위’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만든 보석상이다. 이야기 속에서는 더 많은 황금알에 욕심을 낸 주인에게 배를 갈렸기 때문에, 라이브러리 월드의 이변이 일어나 머물게 되자 주인에게서 독립, 직접 가게를 차렸고, 가공하는 걸 좋아하는 다른 이야기 속 요정이나 난쟁이들과 함께 힘을 합쳐 보석상을 열고 다양한 금제품이나 보석을 취급하게 되며 지금은 시놉 시티 최고의 보석상이 되었다.
스노우는 반지 하나를 손가락으로 돌려보며 말했다.
“대충 보니까, 여기 있는 물건들은 전부 황금알 거위에서 만든 물건들이야. 그래서 더 이상해. 왜 이런 곳에 숨겨져 있는 거지?”
신이 나서 이 상자 저 상자 열어보는 피터는 무시한 채, 스노우는 신디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스노우의 지적에 신디는 팔짱을 낀 채 고민하다 말했다.
“여기가 황금알 거위의 창고면? 이런 귀금속을 유통하니까 창고도 있을 거 아냐? 게다가 드러내놓으면 누군가 훔쳐갈지 모르니까, 마법이나 뭔가로 숨겨놨고.”
신디의 추리에 스노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닐 거야. 황금알 거위 본점에도 창고가 있고, 어차피 금은 매일매일 나오니까 너무 많이 남으면 그냥 버린다고 알고 있어.”
“그냥 버린다고? 아깝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진정해, 신디. 아무튼, 그리고 무엇보다 그럼 이렇게 소홀하게 관리할 리가 없어. 이 집을 숨겨두긴 했지만, 그 뿐이었잖아? 황금알 거위 정도면 경비원을 둬도 이상할 게 없을텐데. 그리고 이곳도 예전에는 집으로 쓰던 곳에 짐을 뒀을 뿐이야. 황금알 거위라면 더 제대로 된 창고가 있겠지.”
스노우의 설명에 신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노우가 이야기 한 설명들은 모두 설득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의문이 생겼다.
“그럼 여기 있는 것들은 뭐야?”
“모르겠어… 그래서 이상한 거야.”
스노우는 금화로 가득찬 상자에 뛰어들었다 배를 부여잡고 버둥거리는 피터는 무시한 채, 방 안에 가득한 금들을 바라봤다. 이 정도 양이면 하루 이틀 사이에 옮길 수 있는 양은 아니다. 집 안에 짐이 자주 들어오고 나간 것도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여기에 모아뒀나 하는 부분이었다.
그 점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의문은 계속됐다. 집은 왜 숨겨져 있었지? 보물지도는 누가 만들어서, 그것도 그렇게 많은 양을 만들어서 사방에 뿌려뒀던 거지?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하던 스노우는 여전히 아픈지 가슴을 문지르는 피터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피터, 아까 공터에 이 집이 숨겨져 있던 건 어떻게 알았어?”
“응? 무슨 뜻이야?
“아까, 갑자기 공터를 바라보더니 이 집이 있는 걸 알아차렸잖아. 그 전에는 공터에 들어와서 땅까지 팠는데, 그때는 이런 집이 있는 것도 몰랐고, 집도 통과했었고.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집이 있는 걸 알았던 거야?”
“아, 그거?”
스노우의 질문에 피터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거야 아까…”
“잠깐!”
하지만 피터가 말을 끝내기 전에, 신디가 다급히 말했다. 피터와 스노우는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뚜벅, 뚜벅. 들려오는 선명하고 묵직한 발걸음 소리. 게다가 한 명의 발소리가 아니라, 여러 명의 발소리였다. 집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셋은 어떻게 하냐고 당황하지 않았다. 서로 시선을 교환한 다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숨었다. 그 사이 발소리는 점점 다가오더니, 삐이걱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셋은 슬쩍 고개를 내밀어 들어온 자를 확인했다.
“응? 상자들이 다 열려있잖아?”
“뭐야, 누가 들어온 건가?”
집에 들어온 건 몇 마리의 동물들이었다. 너구리, 족제비, 여우 등등. 허름하고 불량한 느낌이 드는 복장들을 입고 있고, 다들 인간 정도 크기로 체구가 있는 편이었다. 스노우는 반사적으로 그들이 불법적인 일을 하는 패거리라는 걸 느꼈다. 스노우는 뒤에 있는 신디와 피터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고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설마 여길 누가 들어왔겠어? 두목의 환술로 숨겨져 있잖아.”
“하긴, 여기에 뭔가 있다는 걸 모르면 빈 공터로만 보일 테니까.”
들어온 일당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긴장하고 있던 스노우는 마음을 놓았다.
“게다가 상자는 열려있지만 보물들은 그대로잖아? 누가 들어왔으면 가져갔겠지.”
“일단 상자부터 다시 닫자. 두목이 알았다간 우리가 훔쳐갔다고 할지도 몰라.”
일당은 뜯어낸 상자를 다시 닫기 시작했다. 스노우는 이 틈에 몰래 빠져나가려 했지만, 일당들에게서 들린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소리에 집중했다.
“이거, 다른 조 녀석들이 훔쳐가려고 연 거 아냐? 못으로 박은 것도 열었는데.”
“설마. 녀석들도 두목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거 아냐? 난 한 번 혼난 적 있는데, 으으… 생각하기도 싫어.”
족제비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부르르 내저었다. 못질을 하던 너구리가 물었다.
“뭐가 어땠는데?”
“두목의 환술로 싫어하는 것들이나 나쁜 기억들이 막 보이는데, 가짜인 걸 알아도 너무 생생하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고. 나야 사소한 실수였으니까 잘못했다고 비니까 용서해줬지만, 보물을 훔쳐가거나 하면 끝장일걸?”
“하긴, 이 보물들을 얻은 것도 두목의 무시무시함 때문이니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끼어든 여우의 말에 족제비가 대답했다.
“뭐야, 너 모르고 있었냐? 여기 있는 보물들, 황금알 거위에서 일하는 녀석 덕분에 얻은 거거든.”
“응? 어떻게? 우리 두목, 강하긴 하지만 황금알 거위에게 뜯어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었나? 아, 이건 두목에게 비밀이다?”
“알았어, 알았어. 아무튼, 그런 게 아니라 황금알 거위에서 일하는 녀석이 보물을 빼돌리고 있거든. 뭐라더라, 예전에 두목에게 빚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렇군. 스노우는 의문이 풀린 것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에 내통자가 있다면, 황금알 거위의 물건들이 빼돌려진 것도 설명이 된다. 금이 너무 많이 남으면 그냥 버린다고 할 정도의 황금알 거위니, 적지 않은 양이지만 이만큼 빼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노우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럼 빚을 금으로 갚기로 한 거야? 그 녀석, 황금알 거위에서 높은 자리에 있나?”
너구리의 질문에 여우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기분 나쁜 웃음소리였다.
“아니, 그냥 직원이야. 황금알 거위에 취직한 걸 알고 두목이 찾아가서 환술로 좀 괴롭히면서 금을 빼오라고 했더니, 빼와서 바치고 있지. 그런데 금을 보관할 곳이 없어서 더 괴롭혔더니, 이렇게 집까지 바쳤고.”
“이 집, 그냥 버려진 집인 줄 알았더니 그랬던 거구나? 협박 좀 당했다고 집까지 내놓다니, 어지간히 겁쟁인가보네.”
둘은 소리 높여 웃었다. 스노우는 상황을 이해했다. 어느 악당 조직이 황금알 거위의 직원을 협박해, 금을 빼돌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집까지 빼앗은 것이다. 집을 숨겨둔 건 보물을 숨겨둔 장소를 숨기기 위해서고, 집기가 남아있거나 버려진 걸로 보여도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있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그만 웃고 상자 다 닫았으면 짐이나 옮기자고. 이제 슬슬 하층에 있는 아지트로 가야지.”
족제비의 재촉에 너구리와 여우는 알았다는 듯 투덜거렸다.
스노우는 생각했다. 이런 악당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여기서 섣불리 나섰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다. 스노우는 자신의 싸움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이런 잔챙이 악당에게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 이들을 공격하면 피터나 신디가 위험할지도 모르고, 자신이 이들의 아지트를 찾아내 두목을 쓰러트릴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을 라이브러리 월드의 치안을 지키는 H.U.N.N.T나 시놉 시티 자경단에게 이야기하면 그들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다.
스노우라고 불의에 분노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협박당한 누군가가 불쌍하고, 자신들도 환술에 괴로워해봤으면서 나약하다고 비웃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스노우는 자신을 억눌렀다.
“야, 이 나쁜 녀석들아!”
그래서 피터가 그렇게 외쳤을 때는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라 놀라고 말았다.
갑자기 들린 피터의 외침에, 일당들도 스노우와 신디도 놀라서 피터를 바라봤다. 피터는 자신의 단검을 빼든 채, 상자 위에 올라서서는 화난 얼굴로 일당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 뭐야 이 꼬맹이는?”
“어디서 나온 거야?”
갑자기 튀어 나온 피터의 모습에 일당들은 당황했다. 피터는 그러거나 말거나 화가 난 얼굴로 외쳤다.
“사람을 협박해서 도둑으로 만들고, 집까지 빼앗다니! 이 피터가 용서 못 해!”
“피터, 너 뭐 하는 거야?!”
“이런…”
깜짝 놀라 외치는 신디와, 이미 늦었다는 듯 중얼거리는 스노우. 피터가 들킨 이상 숨을 필요가 없다는 듯 둘도 숨은 자리에서 나왔다. 신디는 상자 위에 서있는 피터를 잡아 내리려는 듯 옷깃을 잡아당겼다.
“얌전히 숨어있다가 저 사람들이 나가면 우리도 도망치면 되는데, 왜 갑자기 튀어 나와서 난리야!”
“신디, 너는 화도 안 나? 이 녀석들이 뭐라고 했는지 들었잖아!”
“그야…”
신디 역시 화가 났다. 특히 신디는 이야기에 있었을 때의 기억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신디는 가족들과 함께 참가한 무도회에서 왕자의 눈에 들어, 원하지도 않는데 결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었으니까. 가족들을 인질로 삼고 협박하는 것에 신디도 굴복할 수밖에 없을 위기에 놓였었다. 착한 마법사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마 가족들을 위해 신디도 협박에 따랐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 경험이 있는 신디에게 빚을 이유 삼아 범죄에 협력하게 하고, 집까지 빼앗는 행동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정확히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나쁜 짓은 용서하지 않겠어! 이 피터 님이 혼쭐을 내줄 테다!”
피터는 두려움 따윈 없다는 듯 외쳤다.
“뭐 이런 꼬맹이가…”
“혼쭐을 내준다고? 우리를?”
“큭큭큭,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잘못 왔는데, 꼬맹이들아?”
갑자기 등장한 피터의 모습에 잠시 놀랐던 일당들이었지만, 그 놀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자신들은 다 큰 어른, 반대로 상대는 꼬맹이 셋. 거기에 당당하게 외친 꼬마는 키도 작고, 들고 있는 것도 작은 단검에 불과했다.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오는 나쁜 아이들은 혼내줘야겠지?”
킬킬거리며 일당들은 발톱을 꺼냈다. 발톱들은 하나하나가 피터의 단검과 비슷한 크기였고, 칼날에 지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워보였다. 신디도 스노우도 그런 일당의 행동에 긴장했지만, 피터는 긴장하는 기색은 없어 보였다.
“혼나는 건 너희들이야, 이 악당들아!”
“...지금이라도 피터를 데리고 도망치기는 어렵겠지?”
“그럴 것 같아.”
한숨을 쉬며 하는 신디의 말에 스노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악당들이 나가는 문을 가로막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 신디는 발목을 풀고, 스노우는 품에서 검을 꺼냈다.
“간다!”
“꼬맹이들을 잡아!”
피터와 족제비의 외침을 신호로, 악당들과 셋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헤헤, 아가씨, 이런 위험한 곳에 오면 누가 붙잡아갈지도 모르잖아?”
여우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신디에게 발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여우가 발톱을 마저 휘두르기도 전에, 이미 신디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 있었다.
“어?”
“괜찮아. 난 빠르니까, 날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여우가 놀라 돌아보기도 전에, 신디의 신발이 여우를 걷어차버렸다. 마치 유리가 부서지는 것 같은 청아한 소리와 함께 여우는 멀리 날아가 쓰러져버렸다.
“흥.”
코웃음을 치는 신디의 발에는 화려한 신발이 빛나고 있었다.
신디는 시놉 시티 최고로 빠른 배달부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신디 자신이 달리기를 좋아하고 빠르며 각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신디가 신고 있는 마법의 신발 ‘유리구두’의 덕분이기도 했다.
왕자에게 가족을 인질로 삼아 구애를 받던 신디가 빠져나올 수 있던 것도, 유리구두의 힘 덕분이었다. 무도회의 날 갑자기 나타나 신디를 도와준 ‘착한 마법사’는 신디에게 유리구두를 선물해줬고, 그 힘으로 신디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었으며, 신디의 킥은 누구보다 강하고 날카로웠다.
한편, 스노우는 검을 든 채 너구리와 대치하고 있었다. 너구리 역시 일당 중에는 침착한 편인지 섣불리 스노우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스노우가 들고 있는 검의 모습 때문이기도 했다.
“꽤 신기한 검을 들고 계시네, 도련님.”
스노우의 검은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너구리가 보아온 어떤 검과도 달랐다. 너구리는 혹시 그 검이 마법의 검 같은 게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너구리의 의심은 반은 맞았지만 반은 틀렸다. 스노우의 검은 마법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고도로 발달되어 이해할 수 없는 과학은 마법과도 같다는 누군가의 말을 따르자면, 마법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스노우가 회장으로 있는 7D 컴퍼니는, 라이브러리 월드와 시놉 시티에서도 제일 가는 기업이었다. 라이브러리 월드의 이변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7D 컴퍼니는 스노우의 미적 감각과 그의 스승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 생활 모든 영역에 깊게 관여되어 있어, 현재 7D가 관련된 물건 없이 시놉 시티에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에 도달했다.
하지만 스노우가 7D를 세운 이유는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악의 조직 움브라가 라이브러리 월드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를 위해 7D는 각종 무기도 제작했으며, 스노우가 들고 있는 검 ‘KISS(Kinetic-less Interference Sword System) ’는 그 결정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검이었다. 어떠한 물체와도 접촉하지 않은 채 상대를 베어버릴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검이었으니까.
“방해된다.”
이죽거리는 너구리의 말에, 스노우는 얼음과도 같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그 분위기는 친구인 신디나 피터에게 보여주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말만으로도 너구리는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기분까지 느낄 정도였다.
스노우 본인의 기량도 결코 검에 뒤지지 않았다. 이야기 속에서도 스노우는 자신을 독살하고 나라를 지배하려는 여왕과 맞서 싸웠으며, 승리를 거뒀다. 라이브러리 월드로 온 뒤로도 움브라에 맞서 싸울 때를 대비해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런 스노우의 실력을 너구리 본인은 느끼지 못했지만 동물의 감이 느끼고 있었다.
스윽. 스노우가 걸음을 너구리의 쪽으로 옮기자, 너구리는 마치 맹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익!”
너구리는 스노우에게 달려들었지만, 스노우는 바로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노우가 검을 가볍게 휘두르자, 검은 너구리를 그대로 통과했다. 깜짝 놀란 너구리는 자신의 몸을 더듬거렸다. 아무런 상처도 없는 것에 너구리는 스노우를 돌아보며 비웃었다.
“두 번째는 없어.”
그렇지만 그런 너구리의 눈에 보인 것은, 자신을 얼려버릴 것 같은 차가운 시선이었다. 스노우가 마음만 먹었으면 자신은 두동강이 났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너구리는 그대로 기절했다.
“후우.”
스노우는 검의 전원을 끄며 상황을 확인했다. 신디는 이미 여우를 쓰러트렸고, 자신은 너구리를 쓰러뜨렸다. 피터의 상황만 확인하면 됐다. 자기가 나서서 싸우려 했으니, 분명 피터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을 거라고 스노우는 생각했다. 이야기 속 피터도 절대 약하지 않았으니까.
“뭐야, 꼬맹아! 고작 그 정도로 큰 소리를 쳤던 거냐?”
“으, 으윽!”
하지만 스노우가 확인한 피터의 모습은, 발톱을 휘두르는 족제비에게서 몸을 지키기 급급한 피터의 모습이었다. 피터는 몸이 유연한 덕분에 발톱에 맞지는 않았지만, 불리한 건 확실해보였다.
“하하하! 아무 것도 아니잖아!”
“요, 요정가루만 있었으면 이 녀석 정도는 금방인데!”
피터는 습관대로 뛰어올라봤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몸은 하늘로 떠오르는 게 아니라 금방 땅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족제비는 그런 피터의 행동에 더더욱 웃었다.
“피터!”
“이 바보!”
뒤늦게 피터가 위기에 처한 걸 발견한 신디 역시 외치며 족제비에게 달려들었다. 피터를 구석에 몰아넣었던 족제비는 달려오는 신디와 스노우를 보며 놀라 외쳤다.
“치사하기는! 약한 주제에 덤비더니, 친구들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 거냐!”
“아니야!”
피터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에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신디는 발차기로 족제비의 머리를, 스노우는 검으로 다리를 노렸지만 족제비는 다른 둘과는 다르게 재빨랐다. 족제비는 신디와 스노우의 공격 사이로 몸을 던져, 그 틈을 빠져나가더니 재빨리 뛰어 건물 출구로 달려갔다.
“두고보자, 꼬맹이들! 후회할 거다!”
“거기 서!”
신디가 재빨리 뒤를 쫓으려고 했지만, 족제비가 뛰쳐나가며 엎어버린 상자 때문에 순간 발이 묶였다. 그 틈을 타 족제비는 달아나버렸다. 신디는 자신의 속도라면 따라잡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혹시라도 동료들이 있거나, 좁은 골목 사이로 도망치거나 하면 곤란해지니까.
“괜찮아, 피터?”
“다친 곳은 없지?”
“...응, 난 괜찮아.”
피터는 괜찮지 않았지만, 신디와 스노우가 자신을 도와준 것은 부정할 수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디와 스노우 역시 족제비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스노우는 쓰러진 악당들을 내려보며 말했다.
“우선 여길 나가자. 패거리가 더 올지도 모르고, 여기 있어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아.”
“찬성이야.”
“알았어.”
신디와 피터는 스노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건물을 나서기 시작했다. 맨 뒤에서 둘을 따라가던 스노우는 피터의 등을 바라봤다.
피터는 스노우가 시놉 시티에 와서 처음 사귄 친구이자,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이기도 했다. 이야기 속에 있을 때는 여왕에게서 도망치고, 여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또래를 만난 적이 없었고, 라이브러리 월드로 와서는 움브라를 쓰러트리기 위해 검술을 수련하고 회사를 키우느라 또래를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어느 날, 바쁜 나날 사이에 숨을 돌리려 나온 산책에서 스노우는 피터를 만났다. 자신의 정체도, 어떤 운명을 짊어졌는지도 모르는 채 피터는 스노우에게 다가왔고 친구가 되자고 말했다. 그렇기에 피터는 스노우에게 있어서 운명이나 책임과 관계 없이 스노우 자신으로서 대할 수 있는 상대였다. 그리고 그렇기에 피터는 스노우에게 있어 자신의 운명이나 책임에 말려들지 않고, 그러한 일과 아무런 관계 없이 지냈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상대였다.
동시에 피터는 스노우에게 있어 닮고 싶은 상대이기도 했다. 여러 사정 때문에 늘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억누르고 살아온 스노우에게,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숨김 없이 드러내고 전달하는 피터는 그렇게 되고 싶다, 닮고 싶다는 존재였다. 방금 전에도, 자신은 분노했지만 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신고를 한다든가, 더 나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낫다며 자신을 다독였다.
피터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피터가 갑자기 나선 것에 놀라고, 실망한 것도 있었지만, 그만큼 악행에 분노하고 나서는 피터가 존경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방금 전의 일로 깨달았다. 피터는 자신과 다르다고. 자신은 생각과 감정을 억누르는 만큼, 상황을 파악하고 계산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피터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만큼,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기도 한다.
그런 피터가 만약 자신의 사정을 알게 된다면? 움브라와의 싸움에 끼어든다면?
피터는 분명 자신의 실력과 상황을 계산하는 대신, 똑바로 전진할 것이다. 그것은 미덕일 수도 있겠지만, 스노우가 생각하기에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위험을 잊은 채 돌격하는 피터, 그리고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자신.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한 환상. 스노우는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셋은 집 밖으로 나갔다. 해는 이제 완전히 저물어 하늘은 군청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람이 없는 뒷골목에는 낡은 가로등이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신디는 주위를 살피고, 악당들의 일행이 없는 것 같자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이걸 그대로 둘 수도 없고.”
“우선 H.U.N.N.T나 시놉 시티 자경단에게 신고하자. 그쪽이 제일 확실할 거야.”
신디의 질문에 스노우가 대답했다.
H.U.N.N.T와 시놉 시티 자경단은 범죄자나 악당들에 맞서 싸우는 시놉 시티의 치안 조직이었다. H.U.N.N.T는 이야기들에 자주 등장하는 ‘지나가던 도우미’ 들이 모인 집단으로, 이야기대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능력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곁을 우연히 지나가는’ 힘을 통해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시놉 시티 자경단은 그런 H.U.N.N.T의 일을 돕고, 시놉 시티에서 범죄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경찰과 같았다.
“응. 스노우 네 말대로 그게 제일 좋을 것 같아. 그럼 당장… 응? 피터, 뭘 보고 있는 거야?”
스노우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던 신디는 피터가 엉뚱한 곳을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 신디는 피터가 방금 도움을 받은 것 때문에 삐져서 그런가 생각했지만, 피터가 보는 방향을 바라보자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에 두 쌍의 작은 빛이 보였다. 신디는 반사적으로 그게 누군가의 눈동자라는 걸 깨닫고, 악당들의 동료가 찾아온 게 아닌가 긴장했다. 하지만 골목을 나와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드러난 건, 두 마리의 어린 생쥐였다.
“너희들은 누구야?”
아까부터 둘을 눈치채고 있던 피터는 물었다. 생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우물쭈물하다 말했다.
“형… 방금 저 공터에 있는 집에서 나온 거예요?”
“응? 응, 그런데?”
피터는 왜 그러냐는 듯 물었다. 피터의 대답에 생쥐들은 서로를 돌아보더니 팔짝팔짝 뛰며 기뻐하기 시작했다.
“거봐, 내 말대로 됐잖아! 분명 도와줄 사람이 올 거라니까!”
“역시 열심히 지도를 그리길 잘 했어!”
“뭐? 너희들이 지도를 그렸다고?”
생쥐들의 말에 신디가 놀라 외쳤다. 생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노우는 두 생쥐들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그 이야기, 자세하게 좀 들려줄 수 있어?”
“저희는 원래 그 집에 살고 있었어요.”
잠시 후, 세 명과 생쥐들은 숨겨진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생쥐들의 집에 도착했다. 집은 매우 좁고 허름해서, 버려져 있던 숨겨진 집 쪽이 더 깔끔해 보일 정도였다.  두 마리의 생쥐 형제는 스노우의 재촉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기에 온 뒤로 아빠가 마침 황금알 거위에 취직하게 되어서, 이야기 속에 살 때보다 좋은 집에 살고 생활하는데도 문제가 없었어요.”
형 생쥐는 지난날이 그립다는 듯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여우가 나타나서…”
“여우?”
스노우의 질문에 동생 생쥐가 대답했다. 동생 생쥐는 나쁘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는지 위협하는 듯한 몸짓을 하며 말했다.
“엄청 나쁜 여우에요! 이야기에서도 우리를 괴롭혔어요!”
“이야기 속에서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걸, 아빠가 나중에 빚을 갚겠다면서 말렸거든요.
이야기에서 라이브러리 월드로 오면서 다시는 만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여기에 와서도 찾아온 거구나.”
스노우의 말에 생쥐 형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빠가 황금알 거위에서 일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예전에 놓아준 빚을 갚으라면서, 황금알 거위에서 보물을 빼돌리라고 했대요!”
“게다가 나중에는, 이자라면서 우리 집도 내놓게 하고는…”
“환술로 집을 숨겨두고는 보물을 거기에 숨겨뒀어요!”
“집이 갑자기 사라지고 악당들이 돌아다니니까, 집 주변 사람들도 다들 이사가서…”
“그 주변에는 아무도 안 가게 되니까, 악당들도 더 돌아다니고…”
“그래서 너희 둘이 지도로 집을 표시한 거구나?”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생쥐들의 이야기를 침착하게 듣던 스노우가 묻자, 생쥐 형제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달라고 이야기했지만, 다들 안 들어주고… 집이 어디 있냐고 해서 가보면 공터뿐이라고 하고…”
“H.U.N.N.T가 도와주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집에 가는 길을 모르니까 그런 거 아닐까 싶어서요…”
“그래서 혹시 보물 지도처럼 만들면 누가 찾아가지 않을까 싶어서, 잔뜩 그렸어요.”
“그리고 제가 여기저기 지도를 나눠주고, 길거리에 뿌리기도 했어요!”
생쥐 형제는 칭찬받고 싶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곧 생각났다는 듯, 둘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근데 며칠이 되도록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고…”
“겨우 와도 공터인 걸 보고는 속았다면서 돌아가기만 했어요.”
“그런데 마침 우리가 도착해서 알아봤다는 거구나.”
신디는 둘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생쥐 형제들이 열심히 노력했다는 건, 지금 자신들을 반기며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마치 신디 자신이 새언니들에게 칭찬받고 싶어 신나서 이야기 할 때와 같은 목소리였으니까.
한편 피터는 팔짱을 낀 채, 집 구석에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신디는 피터의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피터에게서 스노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스노우?”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우선은 H.U.N.N.T나 시놉 시티 자경단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네?”
고민하다 내놓은 스노우의 답에, 생쥐 형제들은 놀라 되물었다. 동생 생쥐는 스노우의 옆으로 쪼르르 달려가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형, 우리들 안 도와줄 거예요? 형들은 되게 강하잖아요! 아까 족제비도 쫓아내고…”
“너구리랑 여우가 같이 들어가던데, 그 둘도 쓰러트리고 나온 거 아니에요?”
형 생쥐도 애원하듯 말했지만, 스노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운이 좋았을 뿐이야. 동네에서 사람들을 쫓아낼 정도면 악당들은 더 많이 있을 테고, 우리 셋으로는 무리야.”
사실 스노우는 자신의 힘이라면 그 정도 악당들이라면 쫓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스노우는 자신이 나서면 신디나 피터도 휘말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은 가능한 막고 싶었다. 게다가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면 7D의 회장인 자신의 이름이 나올 것이고, 괜히 주목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나중에 7D의 힘을 이용하더라도, 이 자리에서는 H.U.N.N.T나 자경단의 도움을 받는 쪽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생쥐 형제는, 이번에는 신디에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누나, 저희 좀 도와주세요, 네?”
“H.U.N.N.T도 자경단도 집이 안 보인다고 안 믿어줘요! 지금까지 환술을 깨고 집을 찾은 건 누나들 뿐이에요!”
“얘들아…”
신디는 조르는 아이들이 곤란하다는 듯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도움을 청하듯 신디는 스노우를 바라봤지만, 스노우는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신디 역시 생쥐 가족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하지만 신디는 스노우와는 다른 이유로 나설 수 없었다. 스노우와는 다르게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스노우처럼 다른 방법으로 생쥐 가족을 도울 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신디는 자신이 나선다고 해도 과연 악당 조직들과 맞서 싸워 생쥐 가족을 도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결국 신디는 조심스럽게 생쥐 형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독여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하지만 H.U.N.N.T랑 자경단에게 신고하는 건 누나랑 형에게 맡겨. 분명 우리가 잘 설명하면, 그 분들도 믿어줄 거야.”
신디의 말에 생쥐 형제는 실망한 것 같았다. 둘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지막 기대를 가지고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겨 있던 피터에게 시선을 돌렸다. 신디와 스노우 역시 피터를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에 피터는 말했다.
“우리들이 악당들을 붙잡을 수 있어.”
“피터?”
신디는 걱정스럽다는 듯 피터의 이름을 불렀다. 스노우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피터는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애들 말대로, 지도를 보고 집을 찾아낸 건 우리 뿐이잖아? 그리고 아까처럼 우린 이 애들을 돕고 악당들을 쓰러트릴 수 있고! 그럼 우리가 도와야 하는 거 아냐?”
“그건 무모해, 피터!”
피터의 말에 신디가 외쳤다.
“스노우의 말대로 악당들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고, 아까 우리 셋이서 해결할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아서였어. 게다가 피터 넌…”
말하던 신디는 아차, 싶었지만 피터는 다행히 화를 내지는 않았다. 신디는 잠시 피터의 안색을 살피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우리 셋으로는 무리야. 나도 이 애들을 돕고 싶지만,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도움을 청하는 것 뿐이야.”
“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했잖아.”
피터는 신디를 마주보며 말했다.
“도움을 청하는 건 이 애들도 할 수 있었어. 하지만 아무도 그 집을 찾아내지도 못했고, 도와주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했잖아. 악당들에게 협박을 당해서 나쁜 짓을 하고 집을 빼앗겼는데, 그런 걸 믿어주지도 않았다고 했고.”
“그거야…”
“도움을 요청하려고 얘들은 열심히 했어. 지도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줬지만, 그걸 믿고 찾아온 건 우리들 뿐이었잖아? 그렇게 기다리던, 도움을 청하다 찾아온 우리가 우리로는 무리니까 또 도움을 청하겠다고? 그럼 끝이 없잖아.”
피터는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표정에 신디는 하려던 말을 속으로 삼켰다.
“이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가 할 수 있어. 우리 손으로 악당들을 무찌르고, 생쥐 가족을 지킬 수 있다고.”
신디는 피터의 진지한 반응에 솔직히 놀랐다. 지금까지 신디가 생각한 피터는 아직 어린애 같고, 깊게 생각을 안 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철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물론 위험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나서서 행동하려는 점은 바뀌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진지하게 남을 위해 나설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피터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거.”
그때 들려온 스노우의 목소리에 신디는 고개를 돌렸다. 스노우는 어딘지 차가운 목소리로 피터를 향해 물었다.
“단지 네가 모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하는 말 아냐?”
신디는 스노우의 말투와 내용에 놀랐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피터에게 물어볼 줄은 몰랐으니까. 그리고 스노우는 피터와 더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디는 스노우가 마치… 마치 아까 악당들에게 했던 것과 비슷할 정도로 차가운 투로 말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스노우의 질문 자체는 신디도 했던 걱정이었기 때문에, 신디는 피터를 바라봤다. 피터가 화를 내면 어떻게 하나 생각하며. 피터는 대답했다.
“맞아. 근데 그게 어때서?”
그렇겠지. 너라면 그렇게 대답할 거라고 생각했어. 피터의 조금은 화난 듯한, 하지만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듯한 대답에 스노우는 눈을 감았다.
“내가 모험을 하고 싶은 거랑,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별개잖아. 그리고 내가 모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도를 따라가서 집을 발견할 수도 있었고.”
“그래, 네 말이 맞아.”
피터의 이어진 말에 스노우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놀란 건 신디의 쪽이었다.
“스노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어, 신디. 피터, 우리가 반대해도 넌 혼자라도 악당들과 맞서 싸울 거지?”
스노우의 질문에 피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노우는 그거 보라는 듯 신디를 바라봤다. 신디는 잠시 어쩔 줄 모르는 듯 피터와 스노우를 번갈아 바라봤지만, 이윽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쩔 수가 없네. 좋아, 알았어. 이 애들을 도와주고 싶었던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뭔가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피터?”
“쳐들어가서 다 혼내줘야지!”
“그러니까, ‘어디로’ 쳐들어가야 할지 아냐는 소리야.”
“어…”
신이 나서 외치던 피터는 신디의 지적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신디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스노우를 바라봤다.
“악당들의 본거지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악당들을 찾아낼 방법은 알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오늘 밖에 기회가 없어.”
“무슨 뜻이야?”
신디의 질문에 스노우가 대답했다.
“악당들도 우리에게 들켰으니까, 우리가 H.U.N.N.T나 시놉 시티 자경단에게 신고할 거라고 생각할 거야. 그럼 집도 들킬 가능성이 있으니까…”
“오늘 중에 사라지려고 하겠구나.”
신디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도 이해했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좋았어, 그럼 악당들을 무찔러보자고!”